‘은퇴하면 제주도로 가자’라는 말, 저도 예전엔 그냥 광고 문구쯤으로 생각했죠. 하지만 어느 날, 정말로 서울을 떠나 제주로 귀촌을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돌담 옆 감귤나무 아래서 이 글을 쓰고 있어요. 제주도에서의 노후생활은 낭만과 현실이 교차하지만, 그 속에서 매일이 조금 더 단단해지는 느낌입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직접 체험한 제주 귀촌 리얼 후기를 솔직하게 담아보겠습니다.
귀촌을 고민 중이시라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귀촌을 결심한 이유, 그리고 첫 3개월의 적응기
서울에서 32년을 살았습니다. 교직에서 은퇴하고, 아이들 다 출가시키고 나니 하루하루가 참 허전하더군요. ‘이대로 20년을 더 살아야 한다면, 뭔가 다른 공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죠. 그렇게 제주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결정은 빠르게 내려졌지만 실행은 조심스러웠습니다.
저와 아내는 한 달짜리 단기 임대 주택을 구해 ‘한번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제주 생활을 시작했어요. 서귀포시 중산간 마을의 조용한 집이었습니다.
첫 한 달은 신혼 같았어요. 바다 보러 나가고, 올레길 걷고, 이웃들과 된장 바꿔먹고, 동네 카페에서 감귤차 한잔… 뭐든 신선하고 재미있었죠.
하지만 3개월쯤 되니 현실이 다가왔습니다.
서울에서는 손 하나 까딱 안 해도 되던 일이 여기선 다 수작업이더군요. 쓰레기 분리수거, 직접 장작 펴는 보일러, 텃밭 관리… 몸은 힘들었지만, 그게 오히려 저를 건강하게 만들어줬습니다.
무엇보다, 저희 부부는 “함께 몸을 움직이며 살아간다”는 감각을 되찾게 되었어요.
제주에서 찾은 나만의 취미와 소소한 재테크
귀촌하면 ‘텃밭’은 필수 코스라는 말, 맞습니다.
하지만 제 텃밭은 좀 다릅니다. 저희 집 마당엔 감귤나무가 4그루 있는데요, 매년 겨울마다 약 150kg 정도 수확합니다. 처음엔 그냥 먹고 나눠주는 수준이었는데, 이걸 작은 수익으로 바꾸게 됐죠.
제가 시작한 건 **‘감귤 건조칩 만들기’**였어요. 감귤을 슬라이스해서 건조기에 넣고, 예쁜 유리병에 담아 포장한 뒤 지인들에게 나눠주니 반응이 정말 좋았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한 마디 하더군요.
“우리 이거 팔아볼까?”
그렇게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하고, 블로그도 시작했죠. 물론 큰 돈은 아닙니다.
한 달에 15~20만원 정도지만, 내 손으로 만든 걸로 수익을 낸다는 뿌듯함은 꽤 큽니다. 요즘은 제주 특산물 레시피 클래스도 구상 중이에요.
또 다른 소소한 재테크는 에어비앤비 단기 임대입니다.
저희 집 앞쪽에 예전 농막을 개조한 작은 방이 있는데요, 여행객들에게 하루 이틀씩 빌려주고 있습니다. 계절별로 수요가 들쭉날쭉하긴 하지만, 성수기에는 월 60만 원 이상 수익이 나기도 해요.
사람, 자연, 그리고 진짜 '나'를 만나는 시간
제주도 생활에서 가장 큰 변화는 ‘시간 감각’입니다.
서울에선 1시간이 늘 부족했는데, 여기선 하루가 길고 느긋하게 흘러갑니다.
오전 6시: 마당에서 닭 모이 주고, 감귤나무에 물 주기
오전 9시: 읍내 장 보러 오토바이 타고 나가기
오후 1시: 블로그 글 쓰거나 감귤 포장
오후 4시: 이웃들과 텃밭 정보 교환
저녁: 마당에 의자 꺼내놓고 아내랑 맥주 한 잔
하루가 참 단순합니다. 하지만 매일 뭔가를 ‘만지고, 느끼고, 기록하고’ 있죠.
이런 일상이 저에게는 ‘노후’가 아니라 ‘제2의 성장기’처럼 느껴집니다.
사람도 더 많이 알게 되었어요. 서울에선 같은 아파트 이웃 이름도 몰랐는데,
여긴 누가 감기 걸렸는지, 누가 감자를 넘쳤는지 다 알고 삽니다.
이웃이자 친구이자 가족 같은 관계가 자연스럽게 생기더군요.
결론: 완벽하진 않지만, 여전히 여기에 살고 싶다
제주도 귀촌 생활, 결코 낭만만 있는 건 아닙니다.
겨울엔 습기 많고 바람도 거셉니다. 병원은 멀고, 택배가 늦을 때도 있고요.
하지만 그 모든 ‘불편함’ 속에서 저는 매일 조금 더 자립심을 배우고,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있습니다.
가끔 서울에 다녀오면, “그래도 제주가 집이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이곳엔 제가 만든 삶의 리듬이 있고, 아내와 함께 웃는 시간이 있습니다.
노후는 편한 곳에서 보내는 게 아니라,
내가 편안해지는 곳에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주도는 저에게 그런 곳이에요.
귀촌을 고민 중이라면, 일단 한 달만 살아보세요.
당신도 알게 될 거예요.
제주엔 인생 2막을 시작할 이유가 충분히 있다는 걸요.